그리하여, 내내 정오正午의 궤를 그릴 이들에게
동백 님 (임신 오해)
글/소설

 최근 사유네는 고민이 많았다. 행복해야 하는 신혼이건만, 생각이 많아 골몰에 잠기길 여러 번이었다. 단순히 생각으로 끝나는 것이라면 금방 털어냈겠지만, 고민이 되는 사건을 해결하고 있었기에 사유네는 바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카츠라와 함께 양이 활동을 했던 동료가 최근,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행복하기만을 바라는 두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한 이도 사유네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으나,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카츠라가 알게 되면 걱정하게 될 것이고, 필요 이상으로 그 사람과 엮여 안 좋은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미 알고 있는 사유네가 일을 마무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카츠라가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피해를 입는 일이 덜할 테니까.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을 만나게 되는 쪽이 일을 처리하기가 쉽겠지만, 카츠라와 결혼을 한 이후에는 얼굴을 보이는 건 그다지 좋지 않은 일에 속했다. 사유네는 최대한 좋게 일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그리고, 또 고심했다. 카츠라 앞에서는 웃고 있었지만 내심 속이 타기도 했다. 카츠라가 걱정을 하게 된다면 속상할 것 같았기에 조용히 일을 처리할 수 있게끔 만반의 준비를 했다.

 

 카츠라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신혼 생활이건만, 갑작스레 터진 일로 인해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게 사유네 또한 내키지 않은 건 사실이었으나 이미 엎지른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듯 시작한 일은 끝을 맺어야만 했다. 신혼 초기의 부부는 일이 없다면 항시 둘이 붙어 있을 만큼 둘의 애정을 과시한다고 했는데, 두 사람은 그러기 힘들었다. 사유네가 일 처리로 무척이나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사유네에게 무슨 일 때문이냐 물을 수 있었지만, 카츠라는 그러지 않았다. 사유네가 말을 안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언젠가 자신에게 이야기해 주리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믿음과 동일하다는 말이 있었는데, 카츠라가 하는 사랑은 딱 그러했다. 사랑하는 만큼 사유네를 믿었고, 그렇기에 사유네가 무엇을 하든 지지하고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엇나가더라도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사유네에게는 있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사유네와 카츠라는 결혼 이후 적당히 본인이 할 일을 하며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냈지만, 사유네가 카츠라 전 동료의 일을 처리한 이후부터는 사유네의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분명 사유네의 그런 이유에 관해 아는 이가 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으나 카츠라는 흔들리지 않았다. 바쁜 사유네를 기다리며 그를 보필할 생각이 만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주 긴 시간을 흠모했으니, 이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카츠라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보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사유네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지만 결국 사유네와 부부 사이가 되어 사랑을 하고 있었고, 사유네는 카츠라에게 일부러 비밀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사유네가 하는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었다. 심지어 카츠라를 생각해 주어 배려를 해 주었던, 아름다운 사유네를 떠올린 카츠라는 입술을 다물었다. 홀로 방을 지키고 있어도 춥거나 외롭지 않았다. 자신이 잠을 자지 못하더라도 카츠라를 보기 위해 사유네는 항상 돌아왔으니까. 자신이 조금 더 젊은 날을 떠올린 카츠라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는 사유네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게, 카츠라의 전 동료는 가벼운 일이 아닌 제법 깊은 일을 도모하고 있었다. 이는 카츠라에게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과거에 얽힌 적이 있다면 언급이 될 수 있었지만, 전 동료가 하는 행동들에서 카츠라를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 가장 낭패인 점이었다. 사유네는 카츠라가 행복했으면 했다. 사랑했으니 결혼했고, 항상 옆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기에 일을 맡아 처리하려고 했건만, 일은 쉽게 처리되지 않았다. 사유네는 자신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된 이상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과 함께 계획하여 그 구성을 토대로 복잡하게 꼬인 일을 처리해야 했는데, 사유네가 아는 이들을 카츠라가 대부분 알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카츠라 모르게 일을 끝내야 하니 손을 빌릴 수 없었다. 그러니 사유네가 직접 움직이는 일들이 잦았다. 잠을 쪼개가며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 움직였다. 함께 다정한 잠자리를 가진 것도 꽤 시간이 지났다 느껴질 정도였다.

 

자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볼까 싶은데.”

 

 사유네가 하는 일을 전적으로 응원하고 지지해 주겠다는 카츠라의 말이었다. 사유네가 식사도 못 하고 잠도 못 자고 일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 것 같았다. 도시락을 해 주겠다고 재료들을 모아 사겠다는 카츠라의 말에, 어린 시절 카츠라가 만든 요리를 함께 먹던 과거가 떠올랐다. 표정이라곤 전혀 없는 무표정으로 식사만 하던 긴토키나 타카스키, 그리고 그런 둘에게 천천히 먹으라고 하던 쇼요까지. 그때의 식사는 어린아이가 만들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제법 맛이 좋았다. 카츠라가 자신을 향해 주는 애정을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사유네는 오랜만에 생각난 과거로 웃음 지었다. 그 웃음은 애정으로 바뀌었고, 오래도록 자신에게 꾸준한 애정을 주고 결국엔 믿음을 주어 자신의 마음을 앗아간 남자가 걱정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다.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다니. 서투룬 솜씨로 요리를 할 카츠라가 노력할 것이 생각나 입가에 미소가 얹어졌다.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바쁠 텐데, 괜찮겠니?”

 

 하지만 카츠라 또한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이 아니었고, 서당의 아이들을 돌보느라 바쁜 것도 알고 있었다. 항상 집에 오면 아이들을 어떻게 더 좋은 길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으니까. 사유네에게 조언을 얻을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바빠 보이는 자신을 챙겨주고픈 마음은 알겠으나 카츠라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카츠라는 사유네를 위해 행동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사유네가 먼저 더 성숙하게 배려하는 것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부담스러워서 그러는 건 아닐 테고, 정말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이 뻔했다. 카츠라는 그런 사유네에게 그래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며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당장 서당 일을 준비해야 했기에 한 발자국 물러섰다.

 

오늘 저녁에, 엘리자베스가 요리를 도와준다고 했으니....”

 

 사유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괜찮고말고. 자네, 아니, ...부인이 괜찮다면 준비하고 싶네.”

 

 진지한 얼굴. 카츠라는 항상 사유네에게 진심이었다. 이런 진심에 마음이 동했고, 부부가 되었으니 진심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사유네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 주었으면 좋겠노라고. 이런 아침에 함께 깨어난 부부는 느리게 입술을 맞추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다.

 

 

 일의 강도가 점점 강해졌다. 사유네는 단순히 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일이 점점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고, 엉킨 것 같은 실태래가 술술 풀리고 있었다. 카츠라가 오랜만에 함께 식사를 하자며 이야기를 해, 다정한 부부의 시간을 보냈던 사유네는 카츠라의 입맞춤과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힘들어도 카츠라를 보면 버틸 수 있었다. 막부에서 하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일이 끝나갈 때 즈음, 사유네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한 소요가 식사 자리를 준비했다. 괜찮다고 마다할 수 있었지만,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 오는 소요와 노부메의 눈빛에 사유네는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거기다 쇼군으로서의 명령이라며 강경하게 나오는 것에 사유네는 어쩔 수 없이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소요는 자신, 그리고 나라를 위해 책사로 일을 해 주는 사유네에게 항상 고마워했다. 사유네가 일을 할 때마다 고맙다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았다. 노부메는 워낙 사람이 과묵해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지만, 사유네가 바쁘게 일을 하는 것을 도우며 조용히 고맙다고 이야기를 해온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두 사람 모두 사유네의 안색을 걱정했다. 잠이 모자라 보이는 피곤한 얼굴에, 몸도 마른 것 같았다. 카츠라와 결혼을 한 이후 신혼 생활로 꽁냥거리며 살 것이라고 생각했건만, 항상 근심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책사는 항상 바쁘지만, 이번에 급한 불만 끄게 된다면 사유네가 쉴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소요는 마음먹었다.

 

 소요는 사유네의 몸 상태를 걱정해 소화가 잘 될 수 있으며 기력 보충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식 위주로 준비했다. 사유네는 그런 소요의 세세한 배려를 알 수 있었다. 좋은 사람의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는 법이라던데, 사유네는 상냥한 사람들이 자신의 곁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카츠라는 항상 사유네에게 자네는 좋은 사람이라 내가 과분한 부인을 얻은 것 같다고 말하곤 했는데, 그런 말에서 카츠라의 애정을 알 수 있듯, 카츠라와 아는 이들은 대부분이 배려를 아는 이들이 많았다.

 

 노부메는 소요의 곁에 앉아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워낙 단 것을 좋아해 먼저 입을 대는 편인데, 사유네를 염려해 만든 식사 자리임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소극적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유네는 그런 둘을 보며 흐뭇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잠을 잘 자지 못해 컨디션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 해서 두 사람이 있는 식사 자리에 음식을 깨작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걱정을 끼칠 것이 뻔했다. 사유네는 가장 먼저 숟가락을 들어 음식을 떠먹었다. 속을 풀어주는 게,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이대로면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유네는 느리지만, 천천히 음식을 가져다 먹었다. 일을 많이 해서 무리를 하긴 했으나 식사를 하는 데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러자 소요와 노부메 둘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서당에서의 일 들으셨나요?”

 

소요의 말에 사유네가 큰 눈을 깜박거렸다. 서당이라면, 카츠라가 일하는 곳이었다.

 

막부에서까지 들릴 만큼, 서당의 선생님이 부인을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려 오더라구요.”

 

 카츠라가 사유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긴 시간 동안 짝사랑했고, 그렇기에 기다리며 사유네를 위해 도움을 주던 사실까지. 보답을 바라지 않고 오로지 사유네의 행복을 빈 우직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특히나 사랑에 성공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면서도 둘을 응원했다. 소요 또한 둘의 러브스토리를 흠모하기도 했다.

 

보통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많은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정말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질 만큼 사람들의 입에 전해지는 일은 많지 않잖아요.”

사랑한다는 건 믿음이란 것과 같다던데요.”

두 분은 믿음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하시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에서 존경하고 있어요. 서로를 믿을 수 있다는 애정이 있다는 것이야말로 좋은 거잖아요.”

 

 카츠라와의 결혼을 축하한 이들이었다. 사유네가 행복하길 바라는 이들은 이곳에도 있었다. 사유네는 충분히 유능했지만, 이 두 사람은 사유네가 자신 혼자서 일을 처리하길 바라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처럼 자신을 달래주는 언사와 표정에서 사유네는 다시 한번 웃었다. 아직 스프 밖에 들지 않은 참이었지만, 식사를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이라고 했으니 더 먹고 나서 힘을 내 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카츠라와 다정한 삶을 살 것이다.

 

.”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나간 말은 헛구역질이었다. 사유네는 삼킨 음식이 그동안 식사를 하지 못할 만큼 바빴던 과거를 떠올릴 만큼 속이 비어있었다는 걸 생각해냈다. 사유네가 놀란 표정으로 미안한 눈을 한 채 자리를 급하게 벗어났다. 이대로 둘 앞에 속을 게워낼 순 없었다. 사유네의 행동에 소요와 노부메, 두 사람 다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음식을 잘 먹지 못해 얼마 입에 넣지 못하고 헛구역질을 한 사유네, 그리고 민망하고 미안한 듯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급하게 떠난 사유네. 두 사람은 사라지는 사유네의 뒷모습을 보다가, 맞춘 듯 서로를 마주 보았다.

 

 사유네가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는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신혼인 두 사람이 바쁜 게 부부의 시간을 보내서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카츠라의 사유네에 대한 사랑은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었으니까. 사유네가 임신을 해서 안색이 좋지 않았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서, 카츠라는 자신에게 은근하게 잘해주는 이들을 봤었는데, 그 이유를 몰랐던 당시에는 그저 좋아했었다.

 

사유네가 임신을 했다고?”

 

 물론 소문을 듣고 나서도 좋아했지만. 사유네의 임신 소식에 카츠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유네가 그동안 숨겨왔던 것이 임신 이야기였다는 것에 조금 혼란스러워진 카츠라는, 사유네가 숨긴 이유가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부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입장에 더 가까워졌다. 확고해진 생각은 곧 저녁까지 이어졌고, 일전에 묵묵히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카츠라는 일찍 집으로 돌아온 사유네를 반겼다. 드디어 카츠라 옛 동료의 일에 마침표를 찍은 사유네의 표정을 무척 밝았다. 카츠라가 모르게 일을 마무리했으니,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 것이라 결론을 내렸으니까.

 

 두 사람은 서로가 엇갈렸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테이블에 앉았다. 서로의 취향을 고려해 고른 테이블 앞에서 사유네와 카츠라의 시선이 교차 되었다. 진지해 보이는 카츠라가 먼저 운을 텄다. 자신에게 숨기는 것이 있느냐면서 말이다.

 

원래는 말을 해 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대화를 해야할 것 같아서 말이네.”

 

 카츠라의 차분한 말을 시작으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눴다. 싸움이 일어난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건 결혼을 해달라며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했던 카츠라의 행동 이후로 처음이었기에 사유네와 카츠라는 서로가 조심스러웠다. 상처를 입지 않게끔 대화를 이어나가던 둘은, 모호하게 서로의 말이 빗겨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걱정할까 봐 숨기려고 했던 거지, 일부러 그러려던 건 아니었어.”

“...하지만, 그런 건 가족의 일이지 않나. 더군다나 그런 일이 생기면 몸이 힘들다고 들었어. 저번에 식사하던 중 속이 좋지 않아 일어난 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가족의 일? 사유네는 카츠라를 쳐다보았다. 가족의 일이라니? 자신이 처리한 건 가족, 아니, 카츠라를 위한 일이고 가족을 위한 일인 건 맞았지만 일이 생긴다고 해서 몸이 힘든 건....

 

혹시 지금 무슨 이야기 하는 건지 말해줄 수 있겠니?”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여나 원치 않아서 이야기를 안 하는 줄 알고,”

임신? 내가 아이를 가졌다고? 아니야. 그랬다면 먼저 이야기를 했을 거야.”

 

 카츠라는 사유네의 답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임신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속이 안 좋다고 뛰쳐나간 건 뭐지? 하기야, 사유네가 임신을 했다면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숨길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럼 무엇을 숨기고 있었던 건지 말해 주면 좋겠네.”

, 코타로군의 전 동료가 문제를 일으켜서 곤란한 일이 생기는 걸 방지하려고 했어. 마침, 오늘 일이 잘 끝나서 이야기를 하려고도 했고.”

설마, ...그 자의 일인가? 나도 들은 적은 있었네. 워낙 과격한 면모가 강해 같이 활동했을 때에도 마찰이 있었지. 나와 헤어진 이후에도 같은 행보를 하고 있을 거라 어렴풋 짐작은 했었지만.”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서로가 대화를 나눴던 것이 전혀 다른 이야기였고, 잘 풀린 것은 좋긴 했지만, 어딘가 민망하기도 했다. 특히 카츠라는 사유네가 임신을 했는데 자신이 못난 아버지라 생각해 이야기를 안 하는가에 대한 생각까지 해버린 자신이 떠올라 미안하기도 했다.

 

서로 착각한 거였군. 다행이야.”

 

 카츠라의 말에 두 사람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마주 웃었다. 사유네가 몸이 안 좋아 보인다며 아이를 가진 산모에게는 특별히 잘 챙겨줘야 한다고 했던 다른 이들의 말이 오늘에서야 이해가 갔고, 사유네의 행동이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다시 말하겠지만, 아이를 가졌다면 말을 했을 거야. 우리는 부부고, 코타로군은 내 지아비니까.”

“...부인....”

그리고, 아이를 원한다면 코타로군이 원하는 만큼 낳아줄 수 있어.”

 

 사유네의 당당한 말에 카츠라가 가볍게 콜록거렸다. 민망하면서도 듣기 좋은 말이었다. 두 사람의 아이로 둘러 쌓인 방은 화기애애할 것이 뻔했다. 특히나 사유네를 닮은 아이라면 무척이나 귀엽고 사랑스럽겠지. 하지만 갑작스러운 말에 부끄러운 건 사실이라 기침이 멎을 때까지 시선을 앞으로 두지 못했던 카츠라는 사유네를 보다가 느리고, 그리고 수줍게 웃었다.

 

힘내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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